
이란 전쟁이 터진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전쟁 발발 첫 거래일에 코스피가 7% 빠지더니 다음 날 12%가 추가 하락했습니다. 지수가 하루에 12% 빠진 건 경력 20년이 넘는 증권사 전문가도 처음 본 일이었습니다. 웬만한 개별 종목은 25%가 증발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오르락내리락 변동성이 극심한 장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많은 분들이 지쳐 있습니다. 버티다 못해 손절한 분들도 많고, 현금이 없어서 더 사지도 못하고 바라보기만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정답은 없지만 방향은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금 시장이 왜 이렇게 흔들리는지, 외국인 매도의 진실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왜 이렇게 크게 빠졌나 – ETF 기계 매도와 외국인 35조의 진실

이번 하락이 유독 변동성이 컸던 데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ETF 때문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ETF를 매도하면 ETF 운용사는 그 안에 담긴 주식을 팔아서 돈을 돌려줘야 합니다. 이 과정이 사람이 아닌 기계로 이루어집니다. 기계는 호가를 지키거나 시장 충격을 고려하지 않고 그냥 팝니다. 이 때문에 하락폭이 예상보다 훨씬 깊게 나왔습니다.
외국인 매도도 한 달 동안 약 35조 원에 달했습니다. 왜 팔았을까요? 외국인 펀드 매니저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옵니다. 전쟁이 터졌을 때 가장 먼저 파는 것은 수익이 난 곳입니다. 우리나라 주식은 전쟁 전까지 많이 올라 있었습니다. 그리고 원유 의존도가 높은 나라 순서로 팝니다. 한국, 일본, 대만이 이 순서에 해당합니다. 호르무즈 해협 의존도가 높은 이 나라들이 유가 충격을 가장 크게 받기 때문입니다.
외국인이 들어와야만 장이 오른다는 것도 사실은 필요충분조건이 아닙니다. 실제로 올해 1, 2월 강세장에서도 외국인은 팔고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외국인이 극도로 매도한 상태에서는 외국인이 조금만 사도 지수가 급등할 수 있는 과매도 상황입니다. 몇 년 전 외국인이 200억 원을 몇 분 만에 샀을 때 지수가 50포인트 급등한 것처럼요. 더 중요한 것은 외국인 유입 여부보다 전쟁 스탠스가 소강 국면에 들어가느냐입니다.
트럼프 타코와 시장의 변화 – 호르무즈가 뚫려야 한 방에 오른다
트럼프 타코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트럼프 올웨이즈 치킨 아웃, 트럼프가 언제나 결국 도망간다는 뜻입니다. 관세 전쟁 때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5%를 넘어서자 트럼프가 협상 테이블로 나왔습니다. 지금 이란 전쟁 국면에서도 금리 수준이 그 임계치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유가가 올라서 물가가 자극되고 금리 인하 기대가 멀어지면 트럼프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시장에서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트럼프가 협상 진행 중이라고 트위터에 올리기만 해도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지금은 올라가지 않습니다. 신뢰 문제입니다. 말을 자주 바꾸다 보니 시장이 더 이상 말만으로는 반응하지 않는 겁니다. 그러면 언제 오르느냐는 질문이 나옵니다. 답은 하나입니다. 실질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뚫려야 합니다. 트럼프의 발언이 아니라 유가가 실제로 내려가는 것이 확인돼야 시장이 반응합니다.
악재가 한 번에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나씩 없어지면서 계단식으로 올라갑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 계단이 어디서 시작되느냐입니다. 4월 중순 이후로는 3월 내내 오른 유가가 CPI 지표에 반영되면서 물가 이슈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시장이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는 악재입니다. 예상된 악재는 충격이 작습니다. 만약 연준 인사들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 그때 한 번 더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현금 30%의 힘 – 변동성 장세에서 살아남는 투자 원칙
지금 이 장을 어떻게 버티는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답은 현금입니다. 전쟁 발발 이후 한 달 동안 물린 포지션이 있어도 버틸 수 있는 이유가 현금이 있어서입니다. 현금이 있으면 갑자기 지상군 투입 소식이 나와도 두근거리기는 해도 더 살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현금이 없으면 그 순간 패닉에 손절을 치게 됩니다.
증권사 현장에서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참다 참다 못해서 버텨오던 종목을 손절하고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는 순간 전쟁이 끝난다는 겁니다. 극도의 고통이 손절을 부르고 그 손절이 바닥 신호라는 뜻입니다. 20% 손절하고 갈아탄 다음 날 반등이 나오는 경험을 해보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래서 갈아타기는 현금이 정말 없을 때의 마지막 수단이어야 합니다.
4월 시장 전망은 3월보다는 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같은 이슈로 변동성이 반복되는 정도는 줄어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5월 미중 정상회담 전에 전쟁 국면이 어느 정도 정리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유가가 빠지면 그동안 고유가 피해를 입었던 종목들이 반등합니다. 신재생 에너지, 항공, 운송 같은 섹터가 그 대상입니다. 이때 수혜를 받으려면 지금 버티고 있어야 합니다. 뉴스 헤드라인만 보면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맞춰 손절하면 반등을 잡을 기회를 놓칩니다. 헤드라인은 항상 가장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해서 씁니다. 3개월 이상 지속됐을 때의 시나리오를 지금 당장 적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결론
이란 전쟁 한 달. 코스피는 고점 대비 20% 이상 빠졌고 외국인은 35조 원을 팔아치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손절하고 많은 분들이 버티며 지쳐 있습니다. 지금 이 장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세 가지입니다. 현금 30%를 유지할 것, 뉴스 헤드라인에 흔들리지 말 것, 갈아타기보다 버틸 것. 전쟁은 끝납니다. 주식은 언젠가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그때까지 살아남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