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전쟁이 터진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주식, 금, 은, 비트코인 등 주요 자산들이 요동쳤습니다. 이 혼란 속에서 어떤 자산이 버텼고 어떤 자산이 크게 무너졌을까요? 막연하게 불안해하기보다 실제 데이터를 보면 생각보다 명확한 그림이 나옵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한 달 동안 여러 자산의 등락을 지켜보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평소에는 분산 투자가 답답하게 느껴졌는데, 이번처럼 변동성이 극심한 시장에서는 포트폴리오를 넓게 깔아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실감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쟁 이후 자산 시장 성적표를 정리하고, 지금 어떤 시각으로 자산을 바라봐야 하는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전쟁 이후 한 달 자산 성적표 – 비트코인만 플러스
2월 28일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한 달간 주요 자산 시장은 대부분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코스피는 약 -15~17%, 은은 -25% 수준으로 크게 빠졌습니다. 금도 고점인 온스당 5,600달러에서 4,400달러 선으로 20% 이상 하락했습니다. 나스닥과 S&P 500도 마이너스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를 기록한 자산이 비트코인입니다. 약 +4% 수준으로 다른 자산들과 확연히 다른 흐름을 보였습니다. 다만 이것이 비트코인에 특별한 호재가 생겨서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비트코인은 전쟁 발발 이전에 이미 43% 가까이 폭락해 있었습니다. 앞에서 너무 많이 빠진 덕분에 상대적으로 반등한 것입니다. 모든 자산에서 가장 큰 악재는 비싼 가격이고, 가장 큰 호재는 충분히 싸진 가격이라는 원칙이 이번에도 적용됐습니다.
금이 전쟁에도 불구하고 하락한 이유도 설명이 됩니다. 역사적으로 전쟁이 터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클 때 금값이 오르고, 막상 전쟁이 터지면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오히려 떨어지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이라크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도 같은 흐름이었습니다. 여기에 튀르키예 중앙은행이 전쟁 발발 2주 안에 금 60톤, 약 80억 달러어치를 매도한 것도 단기 하락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유가 급등으로 달러가 필요해지면서 보유 금을 급하게 현금화한 겁니다.
머니무브가 현실이 됐다 –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이번 전쟁 국면에서 나온 흥미로운 데이터가 하나 있습니다. 최근 공개된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 자료를 보면 과거에는 재산이 주로 집값 상승으로 늘었는데, 올해는 10명 중 7명 꼴로 주식이 올라서 재산이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재산 증가폭 상위 10명 가운데 상당수가 삼성전자를 보유한 덕분이었습니다. 삼성전자 주가가 두 배 가까이 뛰면서 수백억 원대 재산이 1,000억 원을 넘긴 사례도 나왔습니다.
이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정책적으로 부동산 편중 자산을 금융 투자 쪽으로 옮기자는 흐름과 실제 투자자들의 행동이 맞물리면서 진짜 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물론 부동산 시장도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닙니다. 15억 이하 중저가 주택은 거래가 늘고 있고, 고가 주택은 조정을 받으면서 가격 격차가 줄어드는 갭 메우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코스피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도 이 흐름과 연결됩니다. 예전에는 1.7% 하락이면 폭락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1% 빠져도 보합 수준으로 느껴질 만큼 시장의 진폭이 커졌습니다. 그만큼 더 많은 자금이 시장에 들어와 있고,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변동성 자체가 두렵다면 잠시 앱을 열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중요한 것은 단기 등락에 흔들려 계획 없이 사고파는 것을 피하는 것입니다.
금·은·비트코인, 지금 사야 할까 – 올웨더 포트폴리오의 교훈
전쟁 이후 자산 시장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금을 사야 하냐, 비트코인을 사야 하냐는 질문을 합니다. 정답을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몇 가지 기준은 있습니다.
금의 장기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입니다.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 기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이 러시아의 해외 자산을 동결하는 것을 목격한 각국이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금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중국, 터키, 폴란드 등 여러 국가들이 4년 연속 1,000톤 이상의 금을 매입했습니다. 중앙은행이 사는 금은 가격이 올라도 팔지 않고 쟁여두는 비상 대비용이기 때문에 시중 유통 물량 자체가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단기 조정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오르는 자산이라는 논리가 여기서 나옵니다. 다만 지금 당장 올인하기보다는 포트폴리오의 일정 부분을 담아가는 접근이 적절합니다.
은은 금보다 변동성이 훨씬 큽니다. 금이 10% 오를 때 은은 50% 뛰기도 하고, 반대로 하루 만에 30% 이상 폭락하기도 합니다. 레버리지처럼 움직이는 자산이어서 강심장이 아니면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비트코인은 이번 전쟁 이후 상대적으로 선방했지만 전쟁 이전에 43%나 빠진 상태였다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지금의 반등이 구조적 상승이 아닐 수 있습니다.
결국 이 모든 상황이 가리키는 결론은 하나입니다. 한 자산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자산을 나눠 담는 올웨더 포트폴리오 전략입니다. 비가 오면 우산이 팔리고, 날이 더우면 부채가 팔린다는 비유처럼 어떤 시장 환경에서도 한 자산이 빠질 때 다른 자산이 버텨주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상승장에서는 덜 먹는 것 같아 답답하지만, 이번처럼 변동성이 극심한 국면에서는 포트폴리오 전체를 지켜주는 가장 강한 방패가 됩니다.
결론
전쟁 이후 한 달간의 자산 시장 성적표는 분산 투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습니다. 코스피 -15%, 은 -25%, 금 -20% 속에서 비트코인만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어떤 자산이 항상 옳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자산도 항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금은 부동산 중심에서 금융 자산 중심으로 자산 구조가 바뀌는 머니무브 시대입니다. 이 흐름 속에서 변동성을 두려워하기보다 자신의 투자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떤 자산을 담을지보다 어떻게 나눠 담을지가 지금 시대의 핵심 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