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코스피 증시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만큼 시장은 크게 흔들렸고,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지금 팔아야 하나, 아니면 오히려 사야 하나"라는 질문 앞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상황은 역사적으로 처음이 아닙니다. 2001년 9·11 테러, 2003년 이라크전,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수많은 지정학적 충격이 주식 시장을 뒤흔들었고, 그때마다 투자자들은 비슷한 공포를 느꼈습니다. 중요한 건 공포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수익률을 완전히 갈라놓는다는 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과거 25년간의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쟁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올바른 대응 방향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9·11 테러와 우크라이나 전쟁 – 같은 전쟁, 다른 결과
전쟁이 터지면 주가가 무조건 폭락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과거 데이터를 보면 결론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9·11 테러 당일, 한국 코스피는 무려 -12% 폭락했습니다. 반면 미국 S&P 500은 거래가 중단됐다가 9월 17일 재개되었고 -5%에 그쳤습니다. 표면만 보면 한국이 훨씬 큰 피해를 입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1년 후 결과는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코스피는 1년 뒤 +38.5% 급등했고, 반대로 S&P 500은 -13.75%로 오히려 추가 하락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요? 당시 코스피는 이미 PBR(주가순자산비율) 0.78이라는 극도의 저평가 상태였습니다. 반면 미국은 IT 버블이 한창 꺼지는 국면에서 테러까지 겹쳐 충격이 장기화되었습니다.
반대로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쟁 당일 S&P 500은 오히려 +1.89% 상승했습니다. 이미 시장이 전쟁을 어느 정도 가격에 반영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년 후에는 코스피 -10.5%, S&P 500 -5.13%로 양쪽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미국 CPI 기준 7.9%까지 치솟았고, 연준은 금리를 1.25%에서 3.5%까지 공격적으로 올렸습니다. 브렌트유는 90달러에서 130달러를 돌파했고, 공급망 교란이 전 세계를 덮쳤습니다. 전쟁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 전쟁이 이미 나빴던 거시 경제 환경을 더 악화시킨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전쟁보다 중요한 것 – 거시 경제 환경과 통화 정책
여기서 중요한 원칙 하나가 도출됩니다. 전쟁 자체가 증시의 방향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전쟁이 터진 시점의 거시 경제 환경과 각국 정부의 통화 정책 대응이 1년 후 수익률을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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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뒷받침하는 학술 연구도 있습니다. 레고와 섹(2003)의 연구에 따르면 전쟁 리스크가 1표준편차 증가할 때 S&P 500은 약 -1.5% 하락하지만, 이 효과는 30거래일 내에 소멸되고 이후 방향은 펀더멘털이 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버크만·제이콥슨·리(2011)의 연구도 경기 사이클이 상승 국면이라면 지정학적 위기 이후 6개월 뒤 증시가 반등하고, 하강 국면이라면 추가 하락한다는 실증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두 가지 변수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첫째, 현재 경기가 확장 국면인가 긴축 국면인가. 둘째, 정부가 통화 완화 정책을 쓸 것인가 긴축 정책을 유지할 것인가. 두 가지 모두 확장·완화라면 전쟁 이후에도 증시 반등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대로 긴축 국면에서 전쟁이 인플레이션을 가속시키고 금리 인상까지 이어진다면 1년 후에도 마이너스 수익률이 나왔던 것이 과거 데이터의 교훈입니다.
1950년 한국전쟁부터 2014년 크림반도 합병까지 주요 지정학적 사건 이후 S&P 500의 1년 수익률을 보면, 9·11 테러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제외한 모든 경우에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결국 주식 시장은 전쟁 그 자체보다 경제의 체력과 통화 정책의 방향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2026년 이란 전쟁, 지금 코스피는 어떻게 봐야 할까
그렇다면 지금 상황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현재 미국 증시에는 AI 버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2001년 IT 버블 붕괴 국면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일부 빅테크 기업들은 실질 이익보다 기대감에 의존한 밸류에이션이 유지되어 왔고, 전력망과 통신 인프라가 AI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성장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연준은 원래 올해 금리 인하를 예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란 전쟁으로 유가가 급등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지면서 3월 인하는 물 건너갔고, 올해 인하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상황입니다.
한국 코스피는 에너지를 전량 수입하는 구조상 유가 급등에 더욱 취약하고, 외국인 자금이 리스크 오프 시 곧바로 빠져나가는 특성상 단기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납니다. 과거 데이터에서도 지정학적 사건 발생 당일 코스피는 거의 예외 없이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단기 충격이 곧 장기 손실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공포에 즉각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연준의 통화 정책 방향과 글로벌 경기 사이클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냉정하게 살피는 것입니다.
결론
전쟁이 터지면 시장은 본능적으로 공포 반응을 보입니다. 하지만 과거 25년간의 데이터는 한 가지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아니라 거시 경제 환경이 1년 후 수익률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2026년 이란 전쟁 국면에서 지금 당장 매수 혹은 매도를 결정하기보다는, 연준의 통화 정책 기조와 글로벌 경기 확장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단기 충격에 흔들리지 않고 데이터와 매크로 환경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투자자만이 혼란 속에서도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