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뉴스에 가려져 있지만, 국제 금융 시장에서 조용히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이슈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사모대출 부실화 문제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이란 전쟁보다 오히려 더 큰 위험 수위로 올라가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규모만 놓고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일으켰던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엇비슷하거나 그 이상입니다.
처음 이 이슈를 접했을 때는 솔직히 낯선 단어부터 걸렸습니다. 사모대출이 뭔지, 서브프라임과 어떻게 다른지, 내 투자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가 한 번에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하나씩 들여다보니 구조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사모대출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왜 지금 이것이 문제가 되는지, 그리고 개인 투자자로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까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모대출이란 무엇인가 – 은행 밖에서 커진 그림자 금융
사모대출은 쉽게 말해 은행이 아닌 사모펀드나 자산운용사가 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는 구조입니다. 일반적으로 대출은 은행을 통하지만,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기업들이 사모펀드를 찾아가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입니다.
이 시장이 이렇게 커진 배경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각국은 은행의 방만한 대출을 막기 위해 바젤 I·II·III 기준을 도입하며 은행 대출을 강하게 옥조였습니다. 은행 문턱이 높아지자 돈이 필요한 기업들이 규제가 없는 사모 시장으로 몰려갔고, 사모펀드 입장에서도 은행이 거절한 기업들에게 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맞아떨어지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문제는 그 규모입니다. 10년 전 5천억 달러 수준이었던 사모대출 시장이 지금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2조 달러를 넘겼고, S&P 글로벌은 이미 3조 달러를 돌파했다고 봅니다. 일부에서는 4조 5천억 달러까지 성장했다는 추정도 나옵니다. 공신력 있는 기관마다 수치가 1조 달러 이상 차이 나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입니다. 경영학의 오래된 격언처럼, 측정하지 못하면 관리할 수 없습니다. 사모대출 시장의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이 안 된다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가 통제 밖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사모펀드의 특성상 정부나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습니다. 은행은 금융당국이 직접 장부 실사를 들어갈 수 있지만, 사모펀드는 민간 계약이기 때문에 그런 권한이 없습니다. 안전망 없이 규모만 커진 시장이 된 것입니다.
왜 지금 문제인가 – 서브프라임과 닮은 부도율과 PIK의 함정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 규모가 당시 약 2조 달러였습니다. 지금 사모대출 시장의 보수적 추정치도 2조 달러입니다. 규모만으로도 이미 동급입니다. 부도율도 심상치 않습니다. 서브프라임 위기 당시 부도율은 10% 초반대였는데, 사모대출 부도율은 2024년에 이미 5%를 넘겼고 일부에서는 9%대까지 올라왔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오른 데다 추세가 계속 상승 중이라는 점이 더 걱정입니다.

여기에 PIK 방식이라는 구조적 함정이 있습니다. PIK란 이자를 현금으로 갚지 못하는 기업이 이자도 원금에 얹어서 나중에 갚겠다고 약속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을 빌린 기업이 이자 10만 원을 못 내면, 그 10만 원을 추가 대출로 처리해 원금이 110만 원으로 불어나는 겁니다. 사모펀드 입장에서도 지금 부도 처리하면 원금을 날리는 것이니, 이자를 대출로 처리하고 기회를 주는 쪽이 유리하다는 계산이 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이미 부실 상태인 기업을 장부상 살아있는 것처럼 유지하는 폭탄 돌리기입니다. 이 PIK 비중이 2022년 6~7%에서 2024년 3분기에는 10%대로 늘었고, 최근에는 15%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진단까지 나옵니다.
코브라이트 문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모대출 시장이 커지면서 빌려주겠다는 곳이 많아지다 보니, 경쟁적으로 대출 조건을 완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정기 보고, 재무제표 제출, 사무실 이전 등 엄격한 조건을 달았던 사모펀드들이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고 조건을 하나둘씩 없애기 시작한 겁니다. 결과적으로 부실을 조기에 감지할 안전망이 사라지면서, 실제 부실 규모가 얼마인지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AI가 방아쇠를 당겼다 – 소프트웨어·헬스케어 대출 부실의 구조
사모대출이 가장 많이 몰린 분야는 소프트웨어·IT 기업들입니다. 이들은 무형 자산 기반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은행에서 담보 대출이 어렵습니다. 반면 사모펀드는 구독 경제 모델, 즉 매달 반복적으로 수익이 들어오는 구조를 보고 대출을 해줬습니다. 구독자가 늘어날수록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생기고, 이자 상환도 가능하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런데 AI가 이 모델을 무너뜨렸습니다. 수십 명이 3년 동안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AI가 몇 시간 만에 비슷하게 만들어내면서 고객 이탈이 심해졌습니다. 구독자가 안 늘면 다른 회사의 용역을 받아 이자를 갚던 구조도 막혔습니다. AI에게 개발을 맡기는 것이 훨씬 빠르고 저렴해지면서 소프트웨어 용역 시장 자체가 쪼그라든 겁니다. 두 번째로 대출이 많이 몰린 헬스케어·생명과학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약 개발까지 15년이 걸리는 바이오 기업들도 중간에 AI 개발 용역을 받아 버티는 구조였는데, 이 용역 시장이 사라지면서 이자 상환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결국 사모대출 부실화는 AI 서비스 자체의 문제가 아닙니다. 챗GPT, 제미나이 같은 대형 AI가 너무 강력해지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려던 수많은 기업들의 사업 모델이 한꺼번에 흔들린 결과입니다. 그 기업들에게 대출을 해줬던 사모펀드가 위험해진 것입니다.
국내 사모대출 부실 규모는 현재 약 5조 원 수준으로 추정되어 국내 금융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부실이 본격화되면 헬스케어나 IT 관련 주가 전반에 투매가 쏟아지는 연쇄 반응이 국내로 번질 수 있습니다. 내가 투자한 회사가 사모대출과 직접 관계가 없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결론
사모대출 문제는 규모, 부도율, 감독 부재, PIK 방식의 부실 은폐라는 네 가지 구조적 위험이 동시에 맞물려 있습니다.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와 비교했을 때 규모는 이미 동급이고, 부도율은 빠르게 근접하고 있습니다. 다만 2008년과 달리 감독 권한이 없는 사모 시장이라는 점에서 어떤 면에서는 더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해외 사모대출 부실화 관련 외신 보도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순간을 신호로 삼아 보수적인 자산 운영으로 전환하는 것이 현명한 대응입니다. 직접 투자한 종목에 사모대출이 없더라도 연쇄 투매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쌓이는 리스크일수록 미리 아는 것이 가장 강한 방어입니다.